19:30
7.14 화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 한국가곡 연대기
예술의전당 [서울] · 서울
프로그램Franz Schubert: Gretchen am Spinnrade, D. 118 · Gabriel Fauré: Les roses d'Ispahan, Op. 39 No. 4 · Ernesto De Curtis: Non ti scordar di me 외 1곡
작곡가 · COMPOSER
Kim Sun-nam
1917–1983 · 예정 공연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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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의 가곡은 곡조이기 전에 말이다. 처음 들으면 노래가 아니라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순간과 마주친다. 선율은 한국말의 억양을 따라 오르내리고, 그 아래 반주는 달콤하게 풀리기를 거부한 채 자꾸 긴장을 세운다. 같은 시절 대부분의 가곡이 서양 찬송가나 살롱풍의 매끈한 곡조를 빌려 입던 때, 그는 우리말의 결과 낯선 현대의 화성을 한 곡 안에 밀어넣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예쁘기보다 서늘하고, 감상에 젖게 하는 대신 말의 무게로 듣는 사람을 붙든다.
그 서늘함에는 삶의 그늘이 겹친다. 1948년 여름 그는 미국 유학의 길을 마다하고 38선을 넘어 북으로 갔고, 이후 남녘에서는 이름 석 자마저 오래 지워졌다. 북에서도 그를 기다린 것은 무대가 아니라 침묵이었다. 사상 논쟁에 휘말려 바닷가 조선소의 노동자로 밀려났고, 결핵을 앓다 함경도의 한 도시에서 생을 마쳤다고 전해진다. 서울에 두고 온 어린 딸을 그리며 지었다는 〈자장가〉가 남아, 정치의 선택과는 별개로 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오늘까지 들려준다. 그의 노래가 이 땅에서 다시 불린 것은 세상을 떠나고도 한참 뒤, 1988년 월북 예술가들에게 씌운 금기가 풀리고 나서였다.
그 목소리의 문법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 민요의 다섯 음 음계와 전통 장단의 호흡을 뼈대로 삼되, 거기에 도쿄와 훗날 모스크바에서 익힌 20세기의 화성을 입혔다. 다섯 음 음계를 그저 한국적 색채를 뿌리는 장식으로 쓴 동시대의 방식과 달리, 그는 그것을 곡의 골격에 두고 불협한 화음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했다. 선율이 노랫말의 억양과 장단을 먼저 따르고 반주가 그 뒤를 받치니, 곡은 흥얼거리기는 어려운 대신 시의 결을 고스란히 옮겨 준다. 밝게 트이다가도 문득 그늘로 꺾이는 이 불안정함이, 김소월의 시가 품은 슬픔과 정확히 포개진다.
처음이라면 〈산유화〉부터 여는 것이 좋다. 김소월의 시에 부친 이 노래는 산에 저 홀로 피고 지는 꽃의 적막을 우리말 억양 그대로 얹어, 그의 어법이 가장 맑게 드러난다. 이어 같은 시인의 〈진달래꽃〉으로 넘어가면, 떠나는 이를 붙잡지 않는 이별의 말을 그가 얼마나 단호하게, 감상을 걷어내고 노래하는지 들린다. 마지막은 〈자장가〉다. 두고 온 아이를 부르는 이 나직한 노래에서, 앞의 두 곡이 지녔던 서늘함이 어디서 왔는지 뒤늦게 짚인다. 세 곡을 잇대어 들으면, 지워졌다 돌아온 이름 하나가 왜 다시 이 땅의 무대에 오르는지 절로 납득된다.
19:30
7.14 화
예술의전당 [서울] · 서울
프로그램Franz Schubert: Gretchen am Spinnrade, D. 118 · Gabriel Fauré: Les roses d'Ispahan, Op. 39 No. 4 · Ernesto De Curtis: Non ti scordar di me 외 1곡
17:00
10.23 금
실연 횟수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