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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한 여인이 그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진흙에서 건져 유리 케이스에 넣고 그의 이니셜을 새겨 목에 걸었다. 다른 이들은 끊어진 피아노 줄을 두고 다투고, 벗어 던진 장갑과 머리카락 한 올을 낚아챘다. 시인 하이네는 이 열병에 임상용어 같은 이름을 붙였다 — 리스토마니아. 그러나 광기의 정체는 미모도 몸짓도 아닌 손끝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가 건반 앞에 앉으면 피아노 한 대가 관현악 전체처럼 울렸고, 열 손가락이 홀을 가득 채웠다. 그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늘, 한 대의 악기가 제 한계를 넘어 몸집을 부풀리는 순간을 듣는 일이다.
열병이 절정이던 무렵, 그는 무대를 버렸다. '독주회(recital)'라는 말과 형식을 처음 만들고, 악보 없이 프로그램 전체를 외워 친 최초의 피아니스트가, 유럽을 휩쓸던 순회 연주를 접고 바이마르의 궁정 악장 자리로 들어앉았다. 갈채받던 손이 남의 악보를 지휘하고 자기 곡을 쓰는 손으로 바뀐 것이다. 망명 중이던 바그너의 오페라를 처음 무대에 올린 것도 그 시절의 그였다. 만년에는 로마에서 하급 성직에 올라 사제복까지 입었다 — 악마적이라 불리던 무대의 사람이. 이 돌아섬들이 그의 음악을 화려함에서 사색으로, 과시에서 고백으로 끌고 갔다.
'아, 이 사람이구나' 싶은 지점은 하나의 선율이 곡 전체를 돌며 얼굴을 바꾸는 방식이다. 같은 몇 마디가 처음엔 기도처럼 여리다가 뒤에선 악마의 춤이 된다 — 주제를 버리는 대신 변형시켜, 긴 곡 하나를 몇 개의 씨앗에서 키워낸다. 천상의 사랑을 노래하던 손이 '메피스토 왈츠'에서는 선술집의 바이올린을 긁는 악마가 되니, 그에게 성(聖)과 속(俗)은 한 주제의 앞뒷면이었다. 손이 부서질 듯한 기교조차 자랑이 아니라 그 변신의 수단이다. 그리고 만년으로 갈수록 두꺼운 음표 더미가 얇아진다. 남는 것은 조성이 풀려 허공에 뜬 몇 개의 음과 긴 침묵 — 반세기 뒤에야 도착할 화성을 미리 더듬는 소리다.
처음 갈 문은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20분 남짓, 끊기지 않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스케르초에서 트라이앵글이 반짝이는 이 곡은 그의 변형 기법을 가장 쉽게 귀에 들려준다. 다음은 피아노 소나타 b단조 — 슈만에게 헌정한 30분짜리 단일 악장으로, 첫 페이지의 몇 개 동기가 천사에서 악마까지 오가는 그의 방식이 여기서 정점에 이른다. 마지막은 교향시 '레 프렐뤼드'. 건반을 떠난 관현악의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교향시'라는 장르 이름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 곡부터 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