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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두고 그는 "신의 숨결 위에 놓인 한 장의 깃털"이라 적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한 뼘도 오르지 못한 채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서만 떠오르는 것. 겸양의 수사로 읽고 넘기기 쉽지만, 그 문장은 그가 남긴 소리의 자화상에 가깝다. 반주도 화음도 없이 홀로 선 목소리 하나가, 이웃한 음으로만 조심조심 걷던 당대의 성가를 배반하고 돌연 4도나 5도 위로 솟구쳐 한참을 그 높이에 머문다. 가파르게 치오른 뒤 천천히 미끄러져 내리는 이 곡선이 그의 정체다. 숨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라 해도 좋다.
환시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찾아왔다지만 오래도록 감춰 두었다. 마흔을 넘긴 1141년, 불처럼 쏟아진 빛이 성서의 뜻을 한꺼번에 열어젖혔고 "받아 적으라"는 명령이 뒤따랐다고 그는 전한다. 그러나 붓 들기를 미루자 병이 그를 침상에 눕혔고, 기록을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몸이 풀렸다. 첫 환시록 《스키비아스》는 그렇게 나왔다. 어린 나이에 십일조처럼 수도원에 바쳐졌다고도 전해진다. 담장 안에 봉인돼 있던 목소리가 뒤늦게 터져 나온 그 자리에서 그의 노래 대부분이 태어났다.
그의 문법은 단선율이다. 여러 성부가 얽히는 대신 목소리는 오직 하나의 선으로 흐른다. 그 선의 폭이 유독 넓다. 남들이 한두 음씩 걸어 다닐 때 그는 4도와 5도를 성큼 건너뛰고, 한 음절 위에 수십 개의 음을 길게 풀어놓는 멜리스마로 특정한 낱말에 불을 붙인다. 빛, 피, 동정(童貞), 그리고 그가 즐겨 부른 비리디타스(viriditas), 곧 만물을 푸르게 적시는 생명의 수액 같은 말 위에서 선율은 갑자기 초록으로 무성해진다. 그의 음악은 논증하지 않는다. 한 단어 위에서 피어날 따름이다.
짧은 성가 한 곡으로 들어서는 편이 좋다. 〈오 비리디시마 비르가(O viridissima virga)〉나 〈콜룸바 아스펙시트(Columba aspexit)〉를 먼저 들어 홀로 솟는 목소리와 그 도약을 몸에 익히자. 엠마 커크비가 노래한 고딕 보이시스의 음반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Hyperion)이 맑고 담백하다. 다음은 《오르도 비르투툼(Ordo Virtutum)》. 가사와 음악이 온전히 전하는 가장 오래된 음악극으로, 한 영혼을 사이에 두고 미덕들과 악마가 겨룬다. 이때 악마만은 끝내 노래하지 못하고 악을 쓰며 내뱉는다. 누가 선율을 얻고 누가 못 얻는가에 그의 우주관이 통째로 담겨 들린다. 세쿠엔치아(Sequentia)의 녹음을 기준 삼을 만하다. 더 머물고 싶다면 같은 앙상블의 《Canticles of Ecstasy》로 천장을 뚫는 그 상승을 마저 들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