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 COMPOSER
Léonin
프랑스 파리 · 1135–1201 · 예정 공연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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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돌 상자 안에서 한 목소리가 모음 하나를 붙든 채 좀처럼 놓지 않는다. 시간이 그 음에 멈춰 선 동안, 그 위로 다른 목소리가 실을 풀듯 길고 촘촘하게 감아 오른다. 레오냉의 소리는 이 두 겹의 층으로 요약된다. 아래는 얼어붙은 듯 늘어난 옛 성가, 위는 그 정지 위를 미끄러지며 흐르는 새 선율. 한 가닥으로만 흐르던 노래가 처음으로 두 겹이 되고, 바로 그 두 겹의 순간에 처음으로 한 사람의 이름이 붙는 장면이 여기 있다.
정작 그 이름의 임자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한 문장뿐이다. 한 세기 뒤 파리에 머물던 잉글랜드 출신 학생 — 후대가 '아노니무스 4세'라 부르는 익명의 필자 — 이 그를 오르가눔을 가장 잘 지은 이로 적고, 전례 한 해를 위한 방대한 2성부 모음집 『마그누스 리베르 오르가니』의 저자로 지목했다. 서양 다성음악에 처음 붙은 개인의 이름이, 정작 소문에 가까운 한 줄의 증언 위에 떠 있는 셈이다. 파리의 시인 레오니우스와 동일인이었다고도 전해진다. 비교적 분명한 것은 그가 노트르담의 성직자였고, 대성당이 아직 땅에서 솟아오르던 시기에 그 안에서 노래를 지었다는 사실 정도다.
문법의 핵심은 시간을 둘로 쪼개는 데 있다. 빌려온 성가 가락은 테노르에 놓여 한 음 한 음이 숨 막히도록 길게 늘어나고, 낱말은 그 늘임 속에서 형체를 잃어 순수한 울림의 건축으로 바뀐다. 그 멈춰 선 바닥 위에서 상성부는 잘게 쪼갠 음표들을 폭포처럼 쏟아붓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음악은 딴 얼굴이 된다. 두 성부가 함께 규칙적인 맥을 타고 걷는 디스칸트 대목이다. 얼어붙은 대목과 맥박이 뛰는 대목이 번갈아 밀려오는 이 교대가, 한 줄기로만 곧게 흐르던 당대의 단선율 성가와 그를 갈라놓는 자리다.
처음 들을 곡은 성탄의 그라두알레 「비데룬트 옴네스」다. 첫 음절 '비—'가 열리며 광대한 공간이 통째로 붙들리는 순간을 들어보라. 다음은 부활의 「알렐루야 파스카 노스트룸」으로, 정지와 맥박이 오가는 그 교대를 한결 또렷이 짚을 수 있다. 녹음은 마르셀 페레스의 앙상블 오르가눔이 레오냉의 2성부를 장식과 열기를 살려 들려주고, 힐리어드 앙상블의 노트르담 음반은 맑고 투명한 울림으로 같은 세계를 비춘다 — 다만 후자는 두 성부가 훗날 네 성부로 부풀어 오른 페로탱 쪽으로 기운다. 그러니 같은 성가를 두고 레오냉의 2성부와 페로탱의 4성부를 나란히 들어보면, 이 소리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자라났는지가 한 번에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