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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무렵 로마의 한 추기경 살롱에서 헨델과 건반 대결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오르간에서는 헨델의 장중함에 스스로 손을 들어주었지만, 하프시코드 앞에서는 두 사람이 끝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한다. 진위야 어떻든 이 장면은 그의 소리가 어느 편에 속하는지를 정확히 짚어준다. 파이프가 뿜어내는 지속음의 위엄이 아니라, 현을 튕겨 순간 반짝였다 스러지는 불꽃 쪽이다. 그의 건반은 울리기보다 튀어 오르고, 노래하기보다 번득인다.
삶의 결정적 전환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순간에 찾아왔다. 오페라 작곡가였던 아버지 알레산드로의 그늘 아래 로마와 나폴리에서 성악곡을 쓰던 그는, 법적 독립을 얻자 익숙한 무대를 등지고 리스본으로, 다시 스페인 궁정으로 떠났다. 자신이 가르치던 공주 마리아 바르바라가 그곳 왕가로 시집가면서 함께 따라간 길이었고, 그는 남은 생 전부를 유럽 예술음악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베리아의 변방에서 보냈다. 그 외진 자리가 역설적으로 누구와도 닮지 않은 그의 언어를 빚어냈다.
그가 남긴 555곡의 건반 소나타는 대개 한 악장, 두 부분으로 접힌 짧은 형식이다. 그런데 그 좁은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같은 시대의 건반음악이 성악의 노랫결이나 학구적 푸가를 이상으로 삼을 때, 그는 반대편으로 걸어가 거리의 춤과 기타 소리를 방 안으로 들였다. 손가락으로 뭉갠 듯한 불협화음은 플라멩코 기타의 긁는 주법과 캐스터네츠의 딱딱거림을, 집요하게 되풀이되는 같은 음은 여섯 줄이 한꺼번에 울리는 라스게아도를 건반 위에 옮겨놓는다. 여기에 두 손을 엇갈려 건너뛰는 곡예와 안달루시아 특유의 선법이 더해져, 소나타 하나하나가 한 번의 도박처럼 팽팽하다.
처음이라면 라단조 K.141부터 여는 게 좋다. 한 음을 미친 듯 두드려대는 반복음이 기타와 캐스터네츠를 통째로 건반에 옮겨놓아, 3분이 채 안 되는 사이 그의 세계 전부를 보여준다. 이어 나단조 K.87로 넘어가면, 느리고 조용하게 겹쳐지는 성부가 거의 기도에 가까운 정반대의 얼굴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마장조 K.380은 궁정의 기품과 노래하는 선율이 그 거친 손 안에 함께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555곡 전부를 처음으로 완주해 녹음한 스콧 로스(Scott Ross)의 전집이 지도 삼기에 좋고, 피에르 앙타이(Pierre Hantaï)의 하프시코드는 빠른 곡의 불꽃을 가장 뜨겁게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