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 COMPOSER
Pérotin
프랑스 파리 · 1160–1230 · 예정 공연 0개
팔로우하면 페로탱의 공연이 캘린더에 모이고, 새 일정이 등록되면 알려드립니다.
네 개의 목소리가 서양음악에서 처음으로 한꺼번에 울린 자리에 이 사람이 있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들을 때 놀라는 것은 화음의 복잡함이 아니라 시간의 밀도다. 맨 아래에서 성가의 한 음절이 몇 분씩 꿈쩍도 않고 버티는 동안, 그 위에서 두세 개의 목소리가 같은 리듬 꼴을 끝없이 되풀이하며 흘러내린다. 돌로 지은 성당의 높은 천장을 소리로 다시 세우는 듯, 수직으로 쌓아 올린 울림. 선율의 줄거리를 좇기보다 공간이 소리로 가득 차는 감각에 몸을 맡기면 되는 음악이다.
정작 이 사람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우리가 가진 정보는 대부분 '익명 4번'이라 불리는 한 영국 유학생의 기록에서 나온다. 그는 페로탱에게 '마기스테르', 곧 가르칠 자격을 얻은 스승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그가 만든 몇 편의 제목을 남겼는데, 그게 거의 전부다. 대표작들이 파리 성당의 특정 축일에 맞춰 1200년 무렵 쓰였다고 흔히 전해지지만, 이는 당시 주교가 내린 지침에서 거슬러 올라간 추정일 뿐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요컨대 그는 삶이 거의 지워진 채 소리로만 남은 이름이다.
그의 문법은 앞선 세대의 레오냉이 두 성부로 짜던 오르가눔을 세 성부, 네 성부로 확장한 데서 나온다. 맨 아래 성부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한 음을 극단적으로 늘여 붙든 채 화성의 주춧돌 노릇을 하고, 그 위 성부들은 '리듬 모드'라 불리는 정해진 장단 꼴을 규칙적으로 되풀이한다. 길게 끄는 음의 구간과 아래위가 또박또박 함께 움직이는 구간이 번갈아 나오면서, 늘어진 시간과 맥박이 뛰는 시간이 교차한다. 화성이 진행이 아니라 건축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음절을 몇 분으로 팽창시키는 이 시간 감각이 그의 서명이다.
처음 들을 곡은 네 성부 오르가눔 '비데룬트 옴네스(Viderunt omnes)'다. 성탄 성가의 첫 낱말 하나가 십여 분에 걸쳐 펼쳐지는데, 그가 시간에 무슨 짓을 하는지 여기서 가장 또렷하게 들린다. 이어 같은 네 성부의 '세데룬트 프린키페스(Sederunt principes)'로 그 규모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홀로 남은 단선율 콘둑투스 '베아타 비스케라(Beata viscera)'를 들으면 거대한 울림 뒤에 오는 친밀한 곡선이 대비를 이룬다. 녹음은 힐리어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이 ECM에 남긴 음반이 오래도록 기준으로 꼽힌다. 남성 목소리만으로 성당의 공명을 되살린 이 연주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