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 COMPOSER
Choi Young-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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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여름의 어느 새벽, 한 사내가 책상에 한반도 지도를 펼친다. 갈 수 없는 북녘의 산봉우리마다 연필로 점을 찍고, 금강산과 묘향산을 지나 그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다. 그렇게 이어진 선이 그대로 노랫가락이 되었다고 그는 훗날 말했다. 발로 디뎌본 적 없는 산을, 눈이 아니라 손끝으로 더듬어 그려낸 음악. 최영섭의 소리는 늘 이 자리에서 시작한다. 몸이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목소리가 활처럼 휘어 오르다가, 끝내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에 걸리고 마는 마음이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북녘은 물 건너 손에 잡힐 듯 보이면서도 결코 건널 수 없는 땅이었다. 마니산과 갯벌, 전등사의 풍광이 어린 마음에 오래 남았다고 전해지는데, 정작 그를 평생 따라다닌 노래의 무대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금강산이었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하룻밤 사이 써 내려간 이 곡 하나가, 이후 수십 년간 쏟아낸 수백 편의 가곡을 전부 덮어버렸다. 그는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기보다, 갈 수 없는 곳을 향한 마음을 평생 여러 형태로 되풀이해 부르는 쪽을 택했다.
그의 문법은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선율이다. 여느 우리 가곡이 응접실 피아노 앞에서 나직이 속삭이는 크기라면, 그의 노래는 처음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품은 크기로 지어졌다. 지휘를 익힌 귀로 곡을 들었기에 선율은 피아노에 얹히기보다 관현악의 물결 위에서 부풀어 오른다.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편안한 음역을 넘어 자꾸 위로 손을 뻗고, 감정이 가장 벅찬 대목에서 높은 음 하나를 한참 붙든다. 그런데 그 음은 마침내 닿았다는 기쁨이 아니라, 닿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으로 떨린다. 올라가되 안착하지 않는 것, 이것이 그가 그리움을 소리로 바꾸는 방식이다.
공연장에서 그의 이름을 만난다면 먼저 「그리운 금강산」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노랫말이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에 이르러 목소리가 가장 높이 솟구치는 순간, 그 소리가 승리가 아니라 아픔으로 흔들린다는 것을 귀로 붙잡으면 이 사람의 음악을 절반은 알아들은 셈이다. 다음은 조병화의 시에 붙인 「추억」이다. 관현악을 걷어낸 자리에서 같은 그리움이 얼마나 작고 나직하게도 울릴 수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서다. 여력이 있다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마무리하라. 한 사람의 못다 이룬 마음이 어떻게 한 나라의 크기로 넓어지는지, 그 확장의 순간이 거기 담겨 있다.
실연 횟수 순